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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2011. 11. 27. )
  (마르 13,33-37)

- 송영진 모세 신부
 
 
 

<기다림, 떠남, 돌아감>


 

'대림'이라는 말은 '임하시기를 기다린다.' 라는 뜻입니다.

대림 시기는 일차적으로는 탄생하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이지만,

재림하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좀 더 새롭게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림 시기 동안에는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자세로 회개와 보속이 강조됩니다.

 

대림 시기를 단순히 성탄절을 준비하는 시기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로만 생각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런 생각과 태도는 신앙생활의 '권태기'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주일 복음 말씀은

마르코복음 13장 33절-37절, '깨어 있어라.' 라는 가르침으로 되어 있습니다.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것은 오시기를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종들이라면

깨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또 사랑하기 때문에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종들이라면 기다림 자체가 고통이 될 것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분을 기다리고 있는가? 무서운 심판관을 기다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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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모습이

루카복음 15장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의 기다림'입니다.

그 이야기를 대림시기에 맞게 재구성해 봅니다.

 

방탕하게 살던 작은아들은 돈이 떨어지고 비참한 처지가 되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용기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아버지가 자기를 받아줄지, 아니면 쫓아낼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와서 고향 소식을 전해줍니다.

"네가 돌아오기를 아버지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용기를 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작은아들이 '돈이 떨어지고 비참한 처지'가 되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풍족하게 사는 동안에는 집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돈이 떨어지고 비참하게 된 후에도,

만일에 자기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깨닫지 못했다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비참하게 보이는데, 자기 자신은 그런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비참한 처지를 깨달은 후에도 아버지 집의 풍요로움을 생각(기억)하지 못했다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면 자기 자신도 비참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포기해버린다면,

이야기도 그걸로 끝입니다.

 

아니면 자기를 배불리 먹여줄 곳을 찾아서

아버지 집이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다시 떠난다면?

그는 '되찾은 아들'이 되기는커녕 영영 잃어버린 아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대림 시기는 기다리는 시기 ???

진짜로 기다리고 있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아버지입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에게로 되돌아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한 번도 아버지를 떠난 적이 없다고?

이야기 속의 큰아들이 바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큰아들도 기다렸습니다.

작은아들은 집을 나갔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큰아들은 아버지에게서 마음이 떠나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나는 작은아들도 아니고 큰아들도 아니다. 나는 늘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라고 큰소리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바리사이들이 했던 말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은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자칭 의인'이었습니다.

 

'회개, 사랑, 효도, 선행' 등은 아무리 많이 해도 늘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일들입니다.

이만하면 되었다, 나는 할 만큼 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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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모습과 상태와 처지를 제대로 보고 깨달아야 합니다.

깨달았다면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림 시기는 달력이나 쳐다보면서

수동적으로, 또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만 해도 되는 시기가 아닙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님